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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초 대나무 숲』 시리즈로 읽는 디지털 미디어 사용법 -1

박점희 2026.07.11 00:57 조회 56

: 익명, 소문, 삭제, 폭로를 초등학생과 함께 생각하기


1. 수업을 시작하며

요즘 아이들에게 온라인 공간은 특별한 곳이 아니라 일상입니다. 친구와 메시지를 주고받고, 프로필을 바꾸고, 좋아하는 아이돌이나 캐릭터를 공유하고, 때로는 익명으로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합니다. 문제는 그 공간이 언제나 안전하지만은 않다는 데 있습니다.

『햇빛초 대나무 숲』 시리즈는 바로 이 지점을 수업에서 함께 읽어 보기 좋은 작품입니다. 황지영 작가가 쓰고 백두리 작가가 그린 이 시리즈는 『햇빛초 대나무 숲에 새 글이 올라왔습니다』, 『햇빛초 대나무 숲의 모든 글이 삭제되었습니다』, 『햇빛초 대나무 숲, 존재하지 않는 계정입니다』 3권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세트 정보상 1권은 2020년, 2권은 2024년, 3권은 2026년에 출간된 흐름으로 확인됩니다.

이 책을 수업에서 다룰 때 중요한 것은 줄거리만 확인하는 것이 아닙니다. “누가 글을 올렸을까?”라는 사건 중심의 궁금증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왜 아이들은 익명 공간에 마음을 털어놓고 싶어 했을까?

왜 온라인에 올라간 말은 교실 관계를 흔들었을까?

글이 삭제되면 상처도 사라질까?

존재하지 않는 계정이 남긴 영향은 왜 계속될까?


미디어는 단순한 도구가 아닙니다. 미디어는 우리가 관계 맺는 방식, 소문이 퍼지는 속도, 감정을 표현하는 태도까지 바꾸어 놓습니다. 그래서 이 시리즈는 초등학생과 함께 디지털 미디어 이용, 익명성, 온라인 책임, 소문, 공감, 디지털 발자국을 이야기하기에 좋은 작품입니다.

수업 대상은 초등 고학년을 기본으로 잡되, 초등 중학년도 교사가 줄거리 자료를 제공하고 핵심 장면 중심으로 조정하면 활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 도서 분류도 초등 3~4학년, 5~6학년 창작동화 영역에 걸쳐 소개되어 있습니다.



2. 이 작품을 함께 읽는 이유

이 시리즈의 제목은 수업의 좋은 출발점이 됩니다.

먼저 ‘햇빛초’라는 이름을 보겠습니다. 햇빛은 밝음, 따뜻함, 드러남, 성장 같은 이미지를 줍니다. 학교 이름이 ‘햇빛초’라는 것은 아이들이 밝고 안전한 공간에서 자라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그런데 그 뒤에 붙는 말은 ‘대나무 숲’입니다. 대나무 숲은 누군가 몰래 속마음을 털어놓는 공간을 떠올리게 합니다. 실제 온라인에서도 ‘대나무숲’이라는 말은 익명 제보나 익명 고백 공간을 가리키는 말로 자주 사용됩니다. 밝은 학교인 ‘햇빛초’와 익명의 속마음이 숨어드는 ‘대나무 숲’이 나란히 놓인 제목 자체가 이미 하나의 질문을 던집니다.


밝아 보이는 교실 안에도 말하지 못한 마음이 있을까?

친구들 앞에서는 말하지 못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쉽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익명 공간은 아이들을 도와주는 곳일까, 더 다치게 하는 곳일까?


이 제목을 먼저 읽고 들어가면 학생들은 작품을 단순한 학교 사건 이야기로 보지 않게 됩니다. 온라인 공간이 아이들의 감정, 관계, 판단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피며 읽을 수 있습니다.



3. 작품의 핵심 내용

이 시리즈는 세 권이 각각 다른 사건을 다루지만, 공통적으로 온라인 공간과 학교생활이 분리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1권 『햇빛초 대나무 숲에 새 글이 올라왔습니다』는 햇빛초 아이들이 속마음을 털어놓는 익명 공간인 ‘대숲’을 중심으로, 사고의 진실과 친구 사이의 질투, 부러움, 미움, 상처가 얽히는 이야기입니다. 책 소개에서는 아이들이 진짜 속마음을 털어놓는 공간인 햇빛초 대숲을 중심으로 갑작스러운 사고의 진실과 복잡한 감정이 뒤섞인다고 설명합니다.


2권 『햇빛초 대나무 숲의 모든 글이 삭제되었습니다』에서는 익명 SNS 대나무 숲이 사라진 뒤에도 소문과 의심이 계속됩니다. 유나의 아이돌 굿즈가 훼손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아이들은 범인을 추측하며 서로를 의심합니다. 책 소개에서도 대나무 숲은 사라졌지만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소문과 의심은 여전하다고 설명합니다.


3권 『햇빛초 대나무 숲, 존재하지 않는 계정입니다』에서는 사라진 줄 알았던 대숲 계정이 다시 등장하고, 폭로성 게시물과 가짜 뉴스가 아이들을 다시 흔듭니다. 공개된 책 소개에 따르면 다시 나타난 대숲에는 연애, 과거 학교폭력 사건 등 폭로성 게시물이 올라오고, 유나는 자신과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진실을 밝히려 합니다.

세 권을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관점에서 보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1권은 ‘익명으로 말한다는 것’을 다룹니다.

2권은 ‘삭제되어도 남는 소문과 의심’을 다룹니다.

3권은 ‘존재하지 않는 계정이 남긴 책임과 흔적’을 다룹니다.


그래서 이 시리즈는 초등학생에게 “인터넷을 하지 말자”라고 말하기보다, “인터넷에서 우리는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확인하고,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를 묻는 수업으로 연결하기 좋습니다.



4. 미디어를 읽는다는 것

책을 읽을 때도 미디어 리터러시가 필요합니다. 여기서 미디어 읽기는 줄거리를 맞히는 활동이 아닙니다. 작품 안에서 어떤 장치가 메시지를 만드는지 살피는 일입니다.

이 시리즈에서는 다음 요소를 함께 읽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제목입니다.

‘새 글이 올라왔습니다’, ‘모든 글이 삭제되었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계정입니다’라는 세 제목은 온라인 알림 문장처럼 느껴집니다. 마치 스마트폰 화면에 뜨는 문구 같습니다. 제목만 읽어도 이 시리즈가 책이지만 온라인 미디어의 언어를 적극적으로 끌어오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둘째, 공간입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학교라는 오프라인 공간과 대숲이라는 온라인 공간이 함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사건이 온라인에서만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온라인 글은 교실의 눈빛, 소문, 거리 두기, 오해로 이어집니다.

셋째, 익명성입니다.

익명은 때로 솔직함을 가능하게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책임을 흐리게 만들기도 합니다. 학생들과는 “익명이라서 할 수 있는 좋은 말”과 “익명 뒤에 숨어 하기 쉬운 나쁜 말”을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넷째, 삭제입니다.

2권 제목처럼 글이 삭제되면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누군가 읽었고, 캡처했을 수 있고, 마음에 상처가 남았을 수 있습니다. 삭제는 기술적으로는 사라짐이지만, 관계 안에서는 끝이 아닐 수 있습니다.

다섯째, 계정입니다.

3권 제목의 ‘존재하지 않는 계정’은 중요한 질문을 남깁니다. 계정은 사라질 수 있지만, 그 계정이 만든 말과 영향은 남습니다. 이것이 바로 디지털 발자국의 핵심입니다.



5. 작품 속에서 함께 읽어 볼 장면 또는 요소


1권: 『햇빛초 대나무 숲에 새 글이 올라왔습니다』

1권에서는 ‘새 글이 올라왔다’는 상황을 중심으로 읽어 볼 수 있습니다. 새 글은 단순한 정보가 아닙니다. 누군가의 감정이고, 누군가에 대한 시선이며, 때로는 누군가를 흔드는 힘입니다.

학생들과는 대숲에 올라온 글을 읽는 아이들의 마음을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글을 올린 사람, 글에 언급된 사람, 글을 읽기만 한 사람, 소문을 전달한 사람의 입장을 나누어 보면 좋습니다.

수업 질문은 이렇게 던질 수 있습니다.


익명으로 글을 쓰면 왜 더 솔직해질까요?

솔직한 말과 상처 주는 말은 어떻게 다를까요?

내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흉터처럼 남을 수 있다면, 쓰기 전에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요?


1권의 수업 핵심은 ‘말할 자유’와 ‘말한 책임’을 함께 생각하는 것입니다.


2권: 『햇빛초 대나무 숲의 모든 글이 삭제되었습니다』


2권은 제목부터 수업 질문이 됩니다.


모든 글이 삭제되면 정말 문제가 해결될까요?


대숲은 사라졌지만, 유나의 아이돌 굿즈가 훼손되는 사건이 생기고 소문은 다시 퍼집니다. 여기서 학생들과 함께 볼 지점은 온라인 공간이 사라져도 사람들의 감정과 관계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비슷한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아이돌 굿즈 사건은 초등학생의 실제 생활과 연결하기 좋습니다. 요즘 학생들은 좋아하는 캐릭터, 아이돌, 게임, 유튜버, 스포츠 선수 등을 통해 자기 취향을 표현합니다. 그런데 그 취향이 부러움, 비교, 놀림, 소유 욕구와 연결되면 관계 갈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수업 질문은 이렇게 던질 수 있습니다.


친구가 가진 것을 부러워하는 마음은 나쁜 마음일까요?

부러움이 미움이나 공격으로 바뀌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소문을 들었을 때 바로 믿지 않으려면 어떤 확인이 필요할까요?

온라인 공간이 없어져도 소문이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2권의 수업 핵심은 ‘삭제보다 중요한 것은 관계를 회복하는 태도’입니다.


3권: 『햇빛초 대나무 숲, 존재하지 않는 계정입니다』


3권에서는 사라진 줄 알았던 대숲 계정이 다시 등장합니다. 폭로성 글과 가짜 뉴스, 과거에 대한 이야기가 아이들을 흔듭니다. 여기서는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한 주제인 허위정보, 폭로, 개인정보, 디지털 발자국을 다룰 수 있습니다.

학생들과는 ‘알 권리’와 ‘사생활 침해’를 구분해 보는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친구의 과거, 연애, 실수, 가족 문제, 성적, 개인적인 고민은 누군가의 호기심을 채우기 위한 콘텐츠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수업 질문은 이렇게 던질 수 있습니다.


사실이라도 온라인에 올리면 안 되는 이야기가 있을까요?

친구의 비밀을 많은 사람이 알게 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가짜 뉴스와 소문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계정이 사라져도 책임은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3권의 수업 핵심은 ‘보이지 않는 계정 뒤에도 실제 사람이 있고, 실제 책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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